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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은 언어다 – 초상화 속 감정을 읽는 기술/음악과 미술은 한몸

은빛날개2978 2025. 6. 19. 09:35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시(詩)다. 말없이도 이야기를 들려주고, 침묵 속에서도 감정을 쏟아낸다. 특히 초상화는 단순한 외형을 그리는 작업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과 내면을 담아내는 예술이다. 나는 초상화를 그리는 작가로서, 한 인물의 진짜 얼굴은 표정 속에 숨어 있다고 믿는다.

표정은 찰나에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림 속에서는 영원히 멈춘다. 그 순간을 붙잡기 위해 나는 항상 질문을 던진다.
“이 눈빛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그 미소는 진심일까, 혹은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걸까?”
초상화는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고 읽는 작업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눈빛과 입꼬리, 그리고 그 사이에 숨어 있는 감정이다. 같은 웃음이라도 누군가의 미소는 따뜻한 위로이고, 또 다른 사람의 그것은 쓸쓸함 속에 감춰진 체념일 수 있다. 그런 미묘한 차이를 알아채는 눈, 그것이 초상화 작가에게 필요한 감각이다.

나는 음악과 미술이 같은 감성의 줄기를 타고 흐른다고 느낀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릴 때, 베토벤의 고독한 선율이나 라흐마니노프의 감정의 격류는 내 손끝에 닿아 인물의 표정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음악은 귀로 듣고, 미술은 눈으로 본다지만, 결국 둘 다 ‘마음으로 느끼는 예술’**이다.
그래서 나는 이 두 가지 예술을 함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늘 큰 축복처럼 느껴진다.

내가 만나는 인물들 역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들의 눈동자엔 지나온 삶의 흔적이 있고, 주름 하나에도 시간이 흐른 자취가 묻어난다. 나는 그들의 표정을 통해,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언어를 읽어낸다. 그리고 그것을  감정으로 옮겨 화선지에 표현한다.

요즘처럼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쉽게 만들어내는 시대에도, 초상화는 여전히 ‘느림’과 ‘관찰’이라는 인간적인 과정 속에서만 진짜 감동을 전할 수 있다. “그림이 마음에 들어요.”라는 한마디가, 내가 이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가 된다.

표정은 언어다. 그리고 초상화는 그 언어를 해석하는 예술이다. 음악처럼, 마음을 울리는 방식으로. 항상 느끼지만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에 감동시킨다면, 미술작품은 볼수록, 볼때마다 감동이 새록새록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