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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노트

시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며 –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은빛날개2978 2025. 6. 16. 12:05


1. 시어머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에서

시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장례식장에서는 울음이 멎지 않았지만, 정작 집으로 돌아오니 더 깊은 적막이 몰려옵니다.
여전히 집안 곳곳에 남아 있는 시어머니의 흔적들이 마음을 붙잡습니다. 부엌 찬장 위에 놓인 약통, 옷장 속에 가지런히 정리된 블라우스들, 베란다에 걸린 작은 앞치마… 이 모든 것들이 그분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시어머니의 옷가지와 물건들을 정리했습니다. 옷장 문을 여는 순간, 그분의 향기와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잘 다려진 블라우스, 명절마다 꺼내 입으셨던 한복 저고리, 자주 입으시던 낡은 털조끼… 그 하나하나가 시어머니의 삶이자 기억이었습니다.


2. 낡은 옷이 전하는 말 – 결국 남는 것은

옷가지를 접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애정이 담긴 물건들도 결국은 주인을 잃고, 떠나는구나.”

그토록 아끼고 간직했던 물건들조차 시간이 지나면 의미를 잃고 버려집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매일 집착하듯 살아가는 수많은 것들도 결국은 이런 운명을 피할 수 없습니다.
좋은 옷, 좋은 집, 명예, 돈… 우리는 그것들을 얻기 위해 평생을 달립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단 하나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남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기억이고, 사랑이고, 관계입니다.


3. 시어머니가 남긴 가장 큰 유산

시어머니는 물질적으로 풍족한 분은 아니셨습니다. 하지만 늘 따뜻한 마음으로 가족을 감싸주셨습니다. 작은 반찬 하나에도 정성이 깃들었고, 손자들의 옷을 꿰매며 보이던 미소는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 따뜻한 손길은 지금도 우리 가족의 기억 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시어머니가 남기신 가장 큰 유산입니다. 유산이란 돈이나 재산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랑과 정성,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진짜 유산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4. 유품을 정리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다

어머니유품을 정리하며 내 인생을 다시 돌아보고 그리고 다짐해 봅니다.
하루하루 앞만 보며 달려왔던 날들이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 내 곁에 있는 사람, 그리고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를 더 신중히 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낡은 옷 한 벌을 손에 쥐고 있자니, 내 삶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왔을까? 혹시 겉모습을 채우는 데만 몰두하며 본질을 잊고 살아온 건 아닐까?
더 이상 삶을 겉으로만 채우지 않겠다고. 오늘 하루를 더 소중히 살겠다고.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물질이 아닌 사랑을 남기는 사람, 그것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5. 삶의 끝에서 남는 것

삶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기억.
시어머니는 그것을 말없이 알려주고 가셨습니다.

오늘도 평범한 하루가 흘러갑니다. 그러나 그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선물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었던 하루일 수 있습니다. 그 사실을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마무리하며

시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은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고, 본질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납니다. 그때 남는 것은 내가 모아 온 물건이 아니라, 내가 남긴 사랑과 기억입니다. 그 소중한 사실을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