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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노트

시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본다.

은빛날개2978 2025. 6. 15. 22:33

3일장으로 어제 시어머니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아버님 돌아가신 후 십삼 년간 한집에 같이 살았고  돌아가시기 십수 년 전부터 많은 병치레를 하셨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셨고 간호사의 임종하실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지 30분도 안되어 가족이 도착하기 전 임종소식을 들었습니다. 막상 보내드리는 마음은 참 복잡했습니다. 장례식장을 오가며 마음은 허전했고, 익숙한 일상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시어머니와 함께했던 많은 장면들이 문득문득 떠올랐습니다.
처음 인사를 드리러 갔던 날, 서툰 며느리를 따뜻하게 안아주던 손길, 아이들을 보며 지으시던 인자한 미소, 말없이 해주시던 음식 속에 담긴 정성까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너무나 평범하게 지나쳐버렸던 순간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귀한 보석처럼 다가옵니다.

사람은 정말 떠나고 나서야, 그 빈자리를 실감하게 되나 봅니다.
죽음은 언제나 갑작스럽고, 또 완전한 이별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진실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죽음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지금의 삶은 너다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가?",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살아내고 있는가?"

시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건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 모든 순간이 기적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소하게 느껴졌던 말 한마디, 밥 한 끼, 짧은 안부 전화조차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우리 삶의 옆에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걸 알기에, 오늘이라는 날에 감사하게 되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건네고 싶어 집니다.

시어머니가 떠나신 자리는 비었지만, 그분이 남기신 사랑과 기억은 여전히 제 마음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 따뜻함을 닮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위로가 되고, 또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과 죽음은 끊어진 선이 아니라, 이어져 있는 여정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먼저 떠나고, 또 누군가는 그 뒤를 따라갑니다.
남겨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을 더 자주 표현하고, 매 순간을 조금 더 진심으로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오늘도 평범한 하루가 이어집니다.
그러나 그 평범함이야말로 가장 큰 축복이라는 걸, 시어머니는 조용히 일러주고 가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