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정면에서 바라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의 얼굴을 스치듯 보고, 대충 기억하고, 때로는 외모로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온전히 마주하고, 그 사람만을 위해 시간을 들여 그림을 그린다면? 그건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한 존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발달장애인 화가 정은혜 작가는 바로 그런 작업을 한다. 그녀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니 얼굴〉**은 수천 명의 얼굴을 손으로 그려낸 인물화 시리즈다.
시장 상인, 지나가던 시민, 봉사자, 친구… 누구든 그녀의 시선 안에 들어오면, 한 장의 그림이 된다.
그런데 이 그림들이 참 묘하다. 얼굴이 정교하거나 비슷하게 그려진 건 아니다. 눈이 조금 다르고, 코가 비뚤기도 하고, 좌우가 균형 잡히지 않은 그림들도 많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그림들이 너무 재미있고, 정겹다.
왜일까?
🌼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
정은혜 작가는 인물을 그릴 때 겉모습만 베끼지 않는다. 그 사람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느끼며 그린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에는 그 사람의 표정, 성격, 기분 같은 것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웃는 입가를 강조하거나, 동그란 눈동자를 부각하는 등, 그녀만의 방식으로 포착한 특징은 마치 만화처럼 유쾌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다.
그건 사람을 향한 애정 어린 관찰이고, ‘당신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메시지다.
✏️ 서툰 선 속에 담긴 진심
정 작가의 그림은 보통의 화가들이 그리는 정교한 인물화와는 다르다. 비례가 맞지 않기도 하고, 선이 삐뚤고, 색도 자유롭다.
하지만 그 모든 요소들이 모여 만들어낸 그림의 온도는 유난히 따뜻하다.
그림마다 작가의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 있고, 그 순간 작가가 느꼈을 감정까지 느껴진다.
“그림이란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는 것이다”라는 말을 그녀는 그림으로 증명해 보인다.
💬 “나는 사람 얼굴 그리는 게 좋아요.”
정은혜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람 얼굴 그리는 게 좋아요. 얼굴을 그리면 그 사람이 좋아져요.”
그 말은 곧, 그녀가 사람을 좋아한다는 뜻이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는 노력이 그림으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장애가 있는 작가가 아니라, 사람을 깊이 사랑하는 예술가로서 그녀는 우리에게 ‘보는 법’을 다시 가르쳐준다.
🌈 나도 한 장의 그림이 될 수 있다면
정 작가의 인물화를 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저 그림 속에 들어가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녀의 그림은 단지 대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림을 보는 이들 모두에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준다.
우리는 늘 “좀 더 예뻐야지”, “좀 더 멋져야지” 하며 외모를 평가하지만, 정은혜 작가는 말한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당신은 그림이 될 만큼 특별해요.”
💌 결론: 똑같지 않아서 더 닮은 그림
정은혜 작가의 인물화는 똑같지 않아서 더 닮은 그림이다.
외모를 정확히 재현하지는 않지만, 그 사람의 분위기와 마음을 꼭 닮았다.
그림을 보고 웃음이 나고, 코끝이 찡한 이유는 단 하나 — 그 그림 안에 '진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그림 한 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세상.
그 따뜻한 가능성을, 정은혜 작가는 오늘도 조용히 펼쳐 보이고 있다. 발달장애인이기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가감 없이 그대로 드러낸다. 자기편의대로 숨기고 과포장하는 정상인의 비정상적인 마음상태를 꼬집기라도 하듯.. 순수한 그 마음으로 인해 보통 사람들이 아름다운 인물로 재탄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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